반응형 유령해마3 [책을 남기다] 유령 해마 - 3 그게 지나치게 습관적이기 때문에, 네 눈에 가려져 있던 거야 사람의 행동이 늘 속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건 아님을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서 충분히 분별된 존재인데 나 혼자 특별하게 분별되었다고 믿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경계에 서 있는 존재는 언제나 이름을 의심받는다 불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이미 질문을 던졌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건 사람의 숙명이고, 그걸 아는 건 해마의 숙명이다. 두려웠음에도, 여전히 두려움에도 너는 다시 용기를 낼 것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용기를 낼 기회를 만들어주는 무대에 불과하단 걸 알기 때문에. 설령 원하는 만큼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세상이 답하지 않더라도. 너 자신이 달라지리란 걸 너는 알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듯이 일어.. 2023. 10. 2. [책을 남기다] 유령 해마 - 2 내가 가장 잘 알고, 내가 아니면 알 수가 없다. 뭐,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는 법이죠. 인생의 단면을 구석구석 알았던 너조차 얼마 전까진 내게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했는데, 지켜본지 일주일도 안 된 이방인 때문에 내 행동을 바꿔야하나?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바라고 기대했다. 너만이 이 일을 도울 수 있고, 나만이 그걸 안다고 착각하면서. 이게 바로 진실이었다. 나를 너와 너무 동일시했기 때문에, 그리고 너 외의 다른 수단을 찾아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다만 그 사실을 얼마 전까진 몰랐을 뿐이다. 너는 지금 그리워. 이은하가 그리운 게 아니라 이은하에 대해 착각하고 희망을 품던 시절의 니가 무지 그리운거야 통제할 수 없는 행운과 확률이 내가 기댈 전부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네가 두렵다는 .. 2023. 9. 30. [책을 남기다] 유령 해마 - 1 네가 살아있는 한 네 데이터는 무섭도록 몸집을 부풀릴 것이고, 나는 자연스레 너를 아주 잘 알게 될 테니. 나는 질서 정연하게, 그러나 내가 원하는 곳으로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하나의 난폭한 질서는 하나의 무질서고, 하나의 거대한 무질서는 하나의 질서다. 진위를 가리기 어려울수록, 진원을 찾기 힘들수록 소문은 인기를 얻었다. 비극은 흔하다. 흔하기 때문에 비극인 것이다. 나는 네 콧노래와 휘파람 사이의 어마어마한 차이를 인식하면서도, 한편으론 네가 생의 성취를 느끼며 환하게 웃던 순간과 숨죽여 울던 순간을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나날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내게 일어난 것이다. 나는 너처럼 어둠 속에 버려지고 나서야, 내가 홀로 나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쳐하고 나서야 그때의 네 .. 2023. 9. 28. 이전 1 다음 반응형